[프리랜서 일지] 10. 시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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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프리랜서 일지(完)
자유로운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머리와 마음에서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문장으로 글을 끝마치게 되기 때문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본다면, 이처럼 문장을 이어가며 글을 쓰는 행위가 실은 우리의 삶과 무척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삶이라는 한 편의 글 속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문장들을 써내려 간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들은 사실 하나의 문장들인 것이다. 낯선 문장과 함께 태어나 예상할 수 없는 문장과 함께 떠나가는 일인 글쓰기는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는 우리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과 닮았다. 물론, 현실은 정제된 글보다 통제될 수 없는 변수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곳이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 사실은 삶의 모든 선..
[프리랜서 일지] 9. 요가와 내 몸 안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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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프리랜서 일지(完)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일은 흔히 아주 쉬운 일로 치부되곤 하지만, 하루 종일 손가락만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노라면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까지 통증이 전해져 온다. 그럴 때는 깍지를 켜고 손을 치켜올리거나, 벽에 손가락을 대고 힘껏 밀어주곤 하는데 이러한 짧은 스트레칭 효과는 몇 분도 채 가지 않는다. 요즘 내가 요가를 시작한 이유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손목, 어깨로 이어지는 뻐근함을 얄팍한 스트레칭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요가 생각은 전혀 없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목적으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힘이 드는 운동을 할 때면 어깨 한쪽이 다른 쪽보다 유독 뻐근했는데, 피티를 받던 중 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병원에서 근전도 검사까지 포함한 엄청난 검사들을 진행하고 ..
운동의 시대는 여전히 유효한가 ⏐ 일상 에세이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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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지난 한국 정치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소위 말하는 '운동'이라는 용어를 자주 발견한다. 그러한 '운동권'에서 자란 적 없는 세대인 나는 주장으로써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특정 계급의 행동 양식을 규범화하는 일종의 종교적 시대가 있었구나 하곤 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살아가지만, 이와 공존하는 다른 이데올리기의 다양성과 실재성은 이전의 무엇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거칠게 말해, 전과 같은 '운동'은 당분간 유효하지 않을 것인데, 자본주의에서는 그러한 운동 또한 하나의 다양한 계급적 투쟁 정도로 치부되기 때문이며, 실제로 그러한 운동들은 다수의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명을 위해서는 가진 것보다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이 다수가 되어 이를 정의로운 수..
[프리랜서 일지] 8.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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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프리랜서 일지(完)
사람들은 보통 꿈을 이야기하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러한 질문이 어딘가 모순적이라 생각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란 있기가 참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자아를 찾고, 다소 거시적인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통 '무엇을 하고 싶어?'라는 사회적 질문을 당연하게 수용한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그 질문을 골똘히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떤 일을 할까? 내게 남은 시간이 1년이라면, 그 시간에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놀랍게도 자유와 욕구(하고 싶은 일)가 아닌 책..
스마트폰 중독과 과다한 인풋 ⏐ 일상 에세이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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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프로젝트 100에 참여하고 있는 요즘, 필사를 하면서 베껴쓰고 있는 문장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는다. 머릿 속에 부유하는 잡념들 때문인데, 그 대부분이 어제 본 쓸모없는 뉴스들, 오늘 본 자극적인 콘텐츠들의 잔상이다. 쓴 일본의 사상가이자 작가 사사키 아타루는 '정보는 명령'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수 많은 정보들이 시간과 생각을 통제한다. 스마트폰은 하루에도 수십개씩 알람을 보내고,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피드를 반복하여 새로고침하게 만든다. 과다한 인풋, 생각의 사로잡힘, 가시지 않는 피로. 그리하여 우리는 오래된 브라우저처럼 온갖 웹사이트의 캐시들을 온 몸에 가득 채운채 무거운 몸과 혼탁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과다한 인풋을 통제하고, 꽉 찬 휴지통을 ..
[프리랜서 일지] 7. 계절과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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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프리랜서 일지(完)
벌써 여름이 다가오는 걸까. 봄은 언제부터 이렇게 짧아졌던 걸까. 아직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는 아니지만, 이른 아침 방 안으로 드는 햇살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몸에 열이 난다. 멀리서 바라보는 창 밖의 요원한 풍경들은 맑고, 고요하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세상은 평온하기만 하다. 가끔은 혼란스럽다. 아니, 꽤나 자주 혼란스럽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와중에 변화하는 계절은 내게 작은 확신과 위로를 준다. 꽃은 피고 지고, 나무는 자라고 죽으며, 계절풍 또한 불어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도 저마다의 계절이 있어, 때로는 겨울에 가깝고, 때로는 봄 같을 것이며, 때로는 여름일 것이다. 계절 속의 다..
관계와 명암 ⏐ 일상 에세이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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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알아채는 건 무척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밝은 햇살 아래에서 한 줄기 빛을 알아채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관계는 명암의 상대적 관계와 같이 상호적이다. 세상에는 완전히 흰 것도 없고, 완전히 검은 것도 없듯이, 관계에도 완전한 어둠과 빛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두운 시절을 지날 때, 한 줄기 빛이 되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빛이 되는 존재들에 둘러 쌓인 밝은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하루를 밝히는 태양보다 밤 하늘의 별들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가 밝은 빛에 하루 종일 둘러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프리랜서 일지] 6. 이번 달엔 무엇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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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프리랜서 일지(完)
2021년 4월이 지났다. 다음과 같은 것들을 했다. 쇼핑몰 런칭 준비 새로운 블로그 마케팅 및 세일즈 사진 촬영과 영어, 개발 공부 그리고 번역 간략한 후기들을 남겨본다. 먼저, 쇼핑몰 런칭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현재 웹사이트는 거의 만든 상태이고, 마지막 홍보와 마케팅이 남았는데 친구와 둘이서 이 모든 걸 해낸다는 게 버겁기도 하다. 과연, 물건이 얼마나 잘 팔릴 수 있을까? 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싶다. 새로운 블로그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잘 풀려서 꽤나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다. 새롭게 알아가는 지식들을 정리하는 곳이라 나 또한 글을 작성하며 많이 배우고, 또 이를 공유하며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니 좋은 거 같다. 프리랜서의 장점이자 단점은 결과에 대한 보상에 하한선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