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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 파 ∙ 일상의 아이러니를 흥미롭게 담아낸 사진가∙ 매그넘 포토그래퍼

    마틴 파(Martin Parr)의 사진을 볼 때면 강렬한 색채와 일상(의 아이러니)라는 두 키워드가 떠오르곤 한다. 그는 주로 일상 속의 현지인들을 흥미롭게 촬영했다. 물론, 유명해진 사진가가 그렇듯 또 다른 유명한 이들도 사진에 담았다. 그러나 그들의 아주 일상적인 모습, 혹은 조금 다른 모습들을 담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뒷모습이라던지, 축구 선수 펠레가 공을 잡고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은 그런 그만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그는 여러 장소 중에서도 해변에서 사진을 찍는 걸 좋아했는데, 그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 한다. 사진가 Tony Ray-Jones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또한 해변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조금 찾아보니 장소성 때문인..


    내가 구독 중인 사진 유튜브 추천 채널 5개

    1. Sean Tucker: 몇 주 전부터 구독하게 된 유튜버다. 사진 촬영 방법과 사진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생각들이 올라온다. 대부분의 카메라 유튜버가 장비 리뷰, 사진 잘 찍는 법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그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가?'하는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자주 다룬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_43mQmHwHPTBBqImFrWU3Q Sean Tucker I’m more interested in the ‘why’ of photography than in the ‘how’. There are loads of channels out there enthusiastically giving you gear reviews and..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1편. 내가 호주로 떠난 이유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1편. 내가 호주로 떠난 이유 텅 빈 자기소개서란에서 커서가 깜빡거리고 있다. 뭐라도 좀 써보라는 거 같은데, 난 쓸 말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쓰고 버텨보자니 인생이 별안간 허공에 붕 떠버린다. 대학을 졸업했으니 이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나같이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는 놈을 받아줄 얼간이 같은 회사는 아마 없을 터였다. 그래도 날마다 가슴에 담이 하나씩 쌓이는 듯한 압박감을 어쩔 수가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들겨 보지만, 결국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들이었다. 뭘 하고 싶은데?라는 질문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꼭 뭘 해야하나? 나 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대놓고 주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게 보이는 ..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 말에 관한 이야기

    소설 에 나오는 '나'는 어느 부잣집에서 자란 것 같은 인물로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대책없이 살아가는 '나'는 막무가내인 성격이어서, 뭐든 내키는대로 마음을 따라서 행동한다. 그는 어딘가 사회에 부적응하는 자 같지만,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회가 나와 다를 뿐이다. 가령, 그는 자신을 돌봐주던 할머니 기요에게 편지를 쓰는데, 이런식이다. '어제 도착했다. 별볼일 없는 동네다. 다다미 열다섯 장이 깔린 방에 누워 있다. 여관집 종업원에게 덧돈으로 5엔을 주었다. 오늘 주인 마누라가 책상에 이마가 닿도록 절을 했다. 어제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기요가 에치고의 갈엿을 껍질까지 먹는 꿈을 꾸었다. 내년 여름에는 돌아갈 것이다. 오늘 학교에 가서 선생들에게 별명을 붙여주었다. 교장은 너..


    비오던 날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비오던 날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다가 보고 싶어 인천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바다를 보러 가려면 어디에 가야 할까 싶어 찾아보다가 그나마 가까워 보이는 인천에 다녀왔는데, 문제는 생각보다 멀다는 것, 그리고 가는 동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 이내 비상등을 켜고 달리지 않으면 안될만큼 폭우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서울을 빠져나가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지났다. 통행료로 6천원을 내고서 도착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보게 된 바다는 잿빛이었다. 잿빛 바다를 보고있자니 처음엔 뭔가 싶다가, 그래 바다는 본래 푸른 것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근처에 있는 동해막국수에서 먹었다. 아마도 비빔 막국수에 명태를 갈아 넣은 것 같았는데, 먹을만 하면서도 식감이 좀 텁텁해서 금방 물리는 ..


    한병철 <피로 사회> : 너무 긍정적이어서 우울한 현대인을 위한 책

    시대마다 고유한 질병이 있다. 의 첫 문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질병은 무엇일까. 지난 세기는 면역학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병균에 저항하듯 지배자의 명령과 규율로부터 자신을 지켰다. 그렇게 자유와 의미를 추구했다. 그러나 현대는 신경성 질환을 앓는 시대다. 이 시스템에는 지배자가 없다.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 좌절감을 느낄 뿐이다. 이라는 복수형 긍정 문장은 이런 사회를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제 금지, 명령, 법률의 자리에 프로젝트,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이 들어섰다. 규율 사회의 부정성이 광인과 범죄자를 만들어 냈다면, 성과 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낸다. 21세기 사회는 규율 사회에 성과 사회가 되었다. 개인은 더이상 복종의 주체가 아니라, 성과 주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삶을 경영..


    신영복 <담론> : 존재에서 관계로

    한때, 의 뫼르소를 동경했다. 온전한 존재로 거듭난 그가 이상적인 인간상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이다는 카뮈의 말을 긍정했다. 그리고 신영복 선생님의 을 읽었다. 선생님은 감옥에 있으며 신문지 크기 만한 햇살 때문에 20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유일한 행복은 오로지 그 햇빛이었다며, 햇빛 때문에 아랍인들을 죽인 뫼르소를 언급했다. 선생님이 이야기 하는 중심에는 관계가 있다. 그 관계란, 내가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 사회와 맺는 관계, 세상과 맺는 관계이다. 인간은 절대적 존재이되 고립되지 않고 관계들 속에 존재한다. 소설 속 뫼르소가 고독해 보이는 이유는 그가 지극히 주체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타자의 절대성과 맺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상대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뫼르소의..


    마리 루티 <하버드 사랑학 수업> : 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연애 그리고 밀당 많은 연애 지침서들은 진심을 숨기고, ‘밀당’ 게임에 열중하라 부추긴다. 한동안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존 그레이의 책 는 이러한 ‘경직된 사고’를 초래한 대표적인 경우였다. 마리 루티는 ‘사랑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남녀 관계나 연애에 관해 우리가 물려받은 경직된 사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남자와 여자 남녀가 현격히 다른 존재라는 주장은 대게 근거없는 생물학적 특성에서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주 쉬운 예지만) 동성 간의 차이가 남녀 간의 차이보다 큰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성의 차이는 통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마리 루티는 ‘성별에 따른 지침이 우리 문화에 너무 만연해 있어서 누구도 이를 피해가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