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인생은 게임 | 71 | 일상 에세이

    날씨가 아직 무척 덥구나. 올해의 거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각잡고 리뷰를 써보고 싶기도 하지만, 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려 하나 싶기도 하다. 그냥 왔다갔다 하는 것이지. 여행하면서 쓴 돈을 보니까 참 많이도 썼다. 월 5,6백 가량을 썼는데 과소비를 했냐하면 또 그런 건 아니다. 숙박비가 절반 이상이고, 50 정도가 항공료. 나머지는 생활비다. 흔히들 동남아에 가면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또 그렇지도 않다. 물론, 호스텔이나 저렴한 호텔에만 묶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4성급 호텔은 6~10만원 가량하고, 5성급은 20-30만원 가량하니 호텔에만 머물경우 월 3백 정도는 그냥 나간다. 글을 쓰면서 가계부를 보고 왔더니 9월 초 현재까지 X천을 썼다. 월 X백 가까이 쓴..


    한국에서 살지 그래 ⏐ 64 ⏐ 일상 에세이

    아버지와 함께한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발리로 넘어왔다. '한국에서 살지 그래.' 지인들은 자꾸만 나보고 한국에 들어와 살라고 말한다. 아마도 우리가 편하게 만날 수 있어서 일까? 아니면, 아직도 내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대체 왜 나오고 싶어 했을까?' 그런데 사실, 이건 내가 진짜 궁금한 질문이 아니라 '왜 나가려고 해?'라고 묻는 지인들의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렇게 묻지 않으므로. 그래서 '그냥.'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상대는 '뭐야'라는 표정을 지을 것이 뻔하므로, 어딘가 납득이 갈만한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리하여 내가 준비한 대답은 '그냥. 나답게 살면서, 일해보려고.'다. 이번에 출국을 하면서 두 권의 책을 가져왔는데 ..


    경제적 자유의 진짜 의미 (feat. 하루키) ⏐ 63 ⏐ 일상 에세이

    "그럼 대체 그 많은 돈으로는 무얼 하시나요?" "자유. 자유를 사고, 내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인세 덕에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됐으니 자유를 얻게 됐고, 그래서 글 쓰는 것만 할 수 있게 됐죠. 내겐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더 많은 돈을 번다. 일본의 작가 하루키 이야기다. 그런데 애초부터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작가가 되면 90% 이상은 춥고 배고프고 가난한 삶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하나의 단어가 되고, 문장으로 연결되어, 결국 좋은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통이나 결핍이 필수적이니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여유로운 상황에서..


    2022 연말 결산 ⏐ 62 ⏐ 일상 에세이

    어느덧 연말이다. 2022년 한 해를 결산해보고자 한다. 올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부분은 글쓰기와 개발 공부 그리고 투자와 파이프라인 정리였다.블로그 포스팅 340개2022년 한 해 동안 이곳 블로그에 135개의 글을 썼다. 다른 블로그에는 205개의 글을 썼는데 모두 합치면 340개의 글을 썼다. 1일 1포스팅을 계획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거의 하루에 1개의 글을 쓴 셈이다. 하나의 글을 쓰는데는 짧게는 30분에서 2-3시간이 걸리는데, 돌이켜보니 매일 시간을 내서 글을 썼던 거 같다. 340개라니! 이정도면 거의 1일 1포 아닌가! 블로그를 정말 열심히 했구나 싶다.타임라인 회고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개발 부트캠프에 다녔다. 생각만하던 개발을 제대로 공부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


    선택에 대하여 ⏐ 61 ⏐ 일상 에세이

    지난 9월 직장을 그만뒀다.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 생활을 오가던 나는 그렇게 다시 온전한 프리랜서가 됐다. 사실 오래도록 지금의 때를 기다려왔다. 직장인이 아니라 혼자서 나의 일을 하는 솔로 워커가 되기를 마침내 선택하는 순간을. ‘그래서 이제 뭐할거에요?’라는 질문에 ‘계획은 없고요. 일단 놀고 싶습니다.’ 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던 내게는 이미 몇 가지 계획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나의 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꿈에 대해 파고들수록 ‘진짜 나만의 꿈’은 내게서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진짜‘ ’나만의‘ ’꿈‘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심할수록 현실적인 대답은 요원해졌다. 꿈을 좇으려 할 수록 현실의 나는 자꾸만 삐걱거렸다. 결론적으로 내겐 ’진짜‘ ’나만의‘ ’꿈‘과 같이 평생에 ..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들 ⏐ 60 ⏐ 일상 에세이

    어제는 교회에 갔다가 소모임에 출석했다. 처음 만나는 구성원에 집에 초대를 받았고, 그곳에서 진저 브레드 하우스를 만들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사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모임에 조금 힘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어색함도 없잖아 있었고, 영어로 이야기를 했던 터라 몇 시간 지나니 머리가 좀 아팠다. 그럼에도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라이프 셰어링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는 모였었는데, 삶을 나누는 방법은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관념적인 일 뿐만 아니라 함께 같은 공간에 모여 구체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괜시리 생각이 많아졌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려다 근처의 바에 갔다. 이미 몇 번 방문 했던 곳이라 사장님과 안면이 있었고, 위스키를 마시며 이런저런 근황 얘기를..


    행복에 대하여 ⏐ 59 ⏐ 일상 에세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렇게 사세요'하고 말하는 책들을 읽을 때면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저자가 제시하는 말들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충돌할 때, 그것도 방대한 논리와 근거로 나를 설득해올 때, 어딘가 잘못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좀처럼 보지 않는다. 애초부터 우리는 다른 삶의 맥락에 놓여있고, 또한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른데 과연 그대의 말이 내게 얼마나 유효할 수 있을까? 인생은 수학이 아니라 문학에 더 가까울 것이라 믿는 나는 행복과 삶에 대한 명쾌한 성공 방정식보다는 황량한 삶의 한복판에서 써내려간 누군가의 진실한 고백 앞에 멈춰서서 더 많이 다짐하고 결심하고 싶어진다. 사실 행복은 내 삶..


    첫 금요일 밤 ⏐ 53 ⏐ 일상 에세이

    이사하고 첫 번째 금요일을 맞는다. 간만에 또 혼자가 되니 적적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냥 적적하다고 적으면 될 걸 뭐 이렇게 꼬아서 쓰나 싶지만, 여전히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치 않나 보다. 애니웨이. 적적해진 김에 다른 일을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어제 오늘 새로운 곳에서 면접을 봤다. 프리랜서로 같이 일하자는 곳 하나. (원래는 상하이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지만 원격 근무도 한 번) 검토해 보고 연락주겠다는 풀타임 자리 하나. 그리고 다음 주에 면접 보자는 곳이 하나 더 있다. 한 곳은 내가 먼저 지원한 곳이고, 다른 두 곳은 먼저 연락이 왔다. 회사를 옮기던지 퇴사를 하고 싶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급여 빼고는 그닥 일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돈' 말고는 사업의 목적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