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진정한 장소›
·
책/책 읽고 쓰기
소위 실용서라 하는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 요즘, 아니 에르노의 인터뷰를 읽는 경험은 과연 쓸모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안타깝게도 문학은 많은 것들을 외면한다. 문학은 한 개인의 주관성을 사회적 보편성으로 확장해 시대에 정치적 목소리를 형성해내지만(최소한 이를 인식하는 독자에게는), 많은 목소리가 그러하듯 그것은 발설되는 순간 응집되지 못하면 금세 흩어지고 많은 하나의 메시지일 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읽고 또 기억하려 하는 것은 흩어졌다고 해서 그 목소리가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학은 결코 밥벌이와 사랑하며 살아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당장에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그러니까 나 또는 누군가를 위한 인생의 선..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
책/책 읽고 쓰기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또는 격세유전으로 내려온 어떤 뿌리 깊은 본능이 이 방랑..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들 ⏐ 60 ⏐ 일상 에세이
·
기록/일상 에세이
어제는 교회에 갔다가 소모임에 출석했다. 처음 만나는 구성원에 집에 초대를 받았고, 그곳에서 진저 브레드 하우스를 만들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사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모임에 조금 힘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어색함도 없잖아 있었고, 영어로 이야기를 했던 터라 몇 시간 지나니 머리가 좀 아팠다. 그럼에도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라이프 셰어링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는 모였었는데, 삶을 나누는 방법은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관념적인 일 뿐만 아니라 함께 같은 공간에 모여 구체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괜시리 생각이 많아졌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려다 근처의 바에 갔다. 이미 몇 번 방문 했던 곳이라 사장님과 안면이 있었고, 위스키를 마시며 이런저런 근황 얘기를..
NestJS 기초 (15) MVC 디자인 패턴 구현하기
·
개발/NestJS
MVC(Model-View-Controller) 패턴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데이터 및 논리 구조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패턴입니다. MVC 모델의 핵심은 비즈니스 로직과 화면 구현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것입니다. 각 요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MDN의 MVC 설명 문서를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델(Model): 앱에서 처리할 데이터를 관리합니다. 데이터 상태가 변경되면 뷰 또는 컨트롤러에게 이를 전달합니다. 뷰(View): 레이아웃과 화면을 처리합니다. 컨트롤러: 명령을 모델과 뷰 사이에서 사용자 입력에 대한 응답을 처리하는 로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NestJS에서 MVC 구현하기 이제 NestJS에서 MVC 패턴을 구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새로운 프로젝..
[집무실 레터 ⑫] 비슷한 결의 커넥션 만들기
·
기록/집무실 레터
안녕하세요. 휘입니다. 오늘은 지난 레터에서 말했던 ‘커넥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전에 저는 프리랜서의 고충과 단점이라는 글을 적었던 적이 있는데요. 여기에서 프리랜서의 큰 고충 중 하나는 ‘혼자’라고 적었던 적이 있어요. 이건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의 숙명이기도 한데요.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이 되기로 하는 것은 결국 혼자서 일하기로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처음에는 좋을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힘들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저도 그랬어요.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 근무를 했던 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의 원하는 때에 출근하여 거의 원하는 때에 퇴근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러한 생활이 6개월 이상 이어지다보니 문득 시끌벅적한 조직의 소속..
자바스크립트 클래스 설명
·
개발/JavaScript
클래스는 객체를 생성하는 템플릿입니다. 클래스를 설명하면서 붕어빵 이야기를 많이 하죠. 붕어빵을 만들려면 붕어빵을 찍어내는 틀이 있어야 합니다. 이 틀을 바로 클래스라고 하며, 클래스를 통해 찍어낸 실제 붕어빵을 객체의 인스턴스라고 합니다. 클래스 정의하기 자바스크립트에서는 두 가지 방식 1) 클래스 선언식과 2) 클래스 표현식으로 클래스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 선언식 (Class declarations) 클래스 선언식은 클래스를 정의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class 키워드와 함께 클래스 이름을 지정합니다. 이때 이름의 첫 문자는 대문자로 적어주는 것이 컨벤션입니다. class Rectangle { constructor(height, width) { this.height = height; thi..
행복에 대하여 ⏐ 59 ⏐ 일상 에세이
·
기록/일상 에세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렇게 사세요'하고 말하는 책들을 읽을 때면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저자가 제시하는 말들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충돌할 때, 그것도 방대한 논리와 근거로 나를 설득해올 때, 어딘가 잘못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좀처럼 보지 않는다. 애초부터 우리는 다른 삶의 맥락에 놓여있고, 또한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른데 과연 그대의 말이 내게 얼마나 유효할 수 있을까? 인생은 수학이 아니라 문학에 더 가까울 것이라 믿는 나는 행복과 삶에 대한 명쾌한 성공 방정식보다는 황량한 삶의 한복판에서 써내려간 누군가의 진실한 고백 앞에 멈춰서서 더 많이 다짐하고 결심하고 싶어진다. 사실 행복은 내 삶..
스벤 브링크만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
책/책 읽고 쓰기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생각해야 한다. 메멘토 모리. 네가 죽으리라는 걸 기억하라. 당신의 죽음을 매일 생각하라. 그렇다고 무기력해지거나 절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에 차츰 익숙하지고 삶을 더 감사히 여길 수 있도록 죽음을 생각하라. 그래서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잘 죽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라고 부추긴다. 모두들 '좋은 삶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면서도, 잘 죽는 법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잘 죽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쓴 것처럼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 을 잊는다." 죽음을 생각하는 목적은 그 자체에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