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안한 이유: 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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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변하지 않을 수 없다면 변화의 기준점이라도 스스로가 세워갈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그 전에 그러한 기준점을 형성하는 사회 환경에 대해 먼저 고찰하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자유와 함께 공유하는 또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면, '자유 의지'를 발휘해 이룩해 낸다고 생각하는 '능력주의'일 것입니다. 능력주의는 많은 면에서 유용합니다. 능력이 있는 이들은 좋은 지위를 얻을 수 있고,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능력에는 절대적인 부분과 동시에 상대적인 부분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의 한국의 젊은 청년들은 절대적인 능력은 그 어느 세대보다 뛰어나지만, 동시에 같은 세대 내에서는 거의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
우리가 불안한 이유: 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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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 알랭 드 보통 중 변화의 가능성과 불안의 빈도는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그토록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도, 그토록 많은 변화를 찬양하고 또 변화에 중독된 사회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변화는 힘듭니다. 변하는 것보다 그냥 그래왔던 것처럼 사는 게 훨신 편하죠. 하지만 끝없이 변해야 살아남을 수 시대이기에 변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아등바등 최소한 뒤쳐지지는 않기 위해 매일 같이 최소한의 변화를 시도하죠. 문제는 변화의 기준이 상대적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 어떻게, 또는 얼마만큼 변화하고..
페이퍼 프로 1개월 솔직 이용 후기(+내가 페이퍼 프로를 구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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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이책으로만 책을 봅니다. 그런 제가 페이퍼 프로를 구매한 이유는 여행을 하며 책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이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여행지에서는 한국 책을 구하기 힘들 뿐더러 그렇다고 한국에서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요. 오는 9월 태국으로 2주간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책 단말기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책과 더불어 보고 싶은 PDF 자료들을 250g 짜리 단말기 하나에 모두 넣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구매 동기는 충분했습니다만, 거기다 각종 서비스 회원권을 통해 원하는 여행 가이드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만 페이퍼 프로를 구매했습니다. 여러 단말기들 전자책 단말기가 참 많습니다. 페이퍼 프로, 크레마, 킨들이 대표적이죠. 이 중에서도 킨들은 국..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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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생각의 길 지금부터라도 내 삶에 대해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싶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의미와 기쁨을 느끼고 싶다.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고 싶다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일 밥 벌어 먹고 살기 위해 치열하게 일해야 하는 시대.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또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가.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 봐도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여전히 마음 가는 대로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 가는 대로라는 말의 의미가 모든 것을 충동적인 마음을 따라 일을 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 어쩔 수 없이,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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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디자이너가 꿈이었고, 이후로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삶을 꿈꿔왔던 의 저자 김예지는 여기저기 입사 지원을 했지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한다. 그러다 엄마와 함께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그보다 조금 무거운 글이 빼곡히 담겨 있는 는 사실 청소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책에는 청소일을 하며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삶을 꿈꾸며, 그 꿈에 다가서고자 하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니, 왜 청소일을? 사람들은 젊은 여성인 그녀가 청소일을 알바가 아닌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 한다. 대학까지 나와서 왜? 그것도 젊은 청년이 왜? 대학 나오지 않아도 되고,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는 청소일을 왜? 그것도 왜 직업으로 삼고 있는지 아이러니해 한다. 제목의 뉘앙스에서 알..
우리는 왜 여행지에서 사소한 이유로 다툴까? 김애란 <호텔 니약 따>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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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단편 소설 는 함께 해외여행을 떠난 단짝 친구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여겨 왔으며, 여행 초반에만 해도 결코 부딪칠 일이 없을 듯싶었지만, 그들-은지와 서윤-도 결국 다투고 만다. 누군가 영어를 좀 더 잘한다는 이유로, 누군가 계속 물병을 들고 다녔다는 이유로, 누군가 관념적인 생각들을 필터링 없이 줄줄이 쏟아냈다는 이유로, 말하지 못한 여러 사소한 이유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서로를 증오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여행지에서는 왜 사소한 일이 중요해질까 오래 붙어 있으면서, 서로 다른 이들이, 여행의 방식과 양상에 대해 거의 같은 결정을 내려야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과정에서 사소한 차이와 이해, 양보가 쌓이고 쌓여 더는 사소한 일이 아니게 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럼에..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3> : 예술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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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를 읽었다. 친구네 집에 갔다가 책을 보고서는, 이 시리즈가 3권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2권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 3권도 한 번 읽어야지 하다가, 도서관에 책을 빌려온지 2주만에 읽었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1,2권이 더 좋다는건데, 그건 아마도 3권은 그림보다도 철학 자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는 근대에서 탈근대, 현대로 넘어가는 작품과 사상을 다룬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샤피로와 하이데거 그리고 데리다를 비교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책 리뷰보다는 흥미로웠던 부분을 조금 정리하는 수준에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예술의 진리를 '존재자의 재현'에서 찾은 샤피로와 달리 하이데거는 '존재의 개시'로서의 진리를 말한다는 점에서 탈근대적이다. 하지만 샤피로와 같이 작품의..
로베르트 발저 <산책자>의 문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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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어김없이 중고 서점에 들렀다가 집어들게 됐다. 내가 중고 서점에 들리는 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꼴인데, 그건 머리를 자르고 미용실을 나오면 그곳에 중고 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중고서점에 가는 건 일종의 기분 전환 같은 것이다. 어디, 좋은 책이 싼 값에 나오진 않았나 하는 마음으로 서점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간다. 이번에는 로베르트 발저(1878~1956) 라는 책을 집어왔다. 이 책은 몇 달 전 신간으로 출시됐을 때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살까?'했던 책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책을 사지 않았고, 그럼에도 라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를 가진 책을 잊지는 않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서 조금 정돈된 생각을 적어보려 했지만 그러는 동안 다른 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