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

    존 버거 ‹A가 X에게›

    희망과 기대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지속되는 시간에서만 차이가 있는 줄 알았죠. 희망이 좀더 멀리 있는 일을 기다리는 거라고 말이에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내가 알게 된 건 그뿐이 아니에요. 몸이 하는 기대도 그 어떤 희망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나의 기대처럼요. (...) 나는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의 친구는 아니죠. 나는 당신의 여인이에요. 당신에게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덧없는 것은 영원한 것의 반대말이 아니에요. 영원한 것의 반대말은 잊히는 것이죠. 잊히는 ..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 이미지와 언어 그리고 통치

    1 이미지란 무엇일까? 존 버거는 이미지를 '재창조되거나 재생산된 시각'이라 정의한다. 이미지는 특정 주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재창조나 재생산이라는 예술 혹은 답습의 구분이 아니라 그렇게 하여 탄생한 '특정한 시각'이다. 그것은 이미지 속에서, 하나의 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우리는 이미지를 보고 그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등의 반응으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기 보다, 그것이 이미 제시된 시각으로 특정 이미지를 바라보게 하는 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전달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의도되는 것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2 이미지가 글을 만났을 때 이러한 '의도'는 더욱 효과를 얻는다. '바라보기는 글을 통해 특정한 방식으로 인도'된다. 누구나 한번쯤 전시장에서 어떤 의도일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