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미지란 무엇일까? 존 버거는 이미지를 '재창조되거나 재생산된 시각'이라 정의한다. 이미지는 특정 주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재창조나 재생산이라는 예술 혹은 답습의 구분이 아니라 그렇게 하여 탄생한 '특정한 시각'이다. 그것은 이미지 속에서, 하나의 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우리는 이미지를 보고 그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등의 반응으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기 보다, 그것이 이미 제시된 시각으로 특정 이미지를 바라보게 하는 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전달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의도되는 것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2 이미지가 글을 만났을 때 이러한 '의도'는 더욱 효과를 얻는다. '바라보기는 글을 통해 특정한 방식으로 인도'된다. 누구나 한번쯤 전시장에서 어떤 의도일까 하며 작품을 보다가, 옆에 붙은 설명을 보고 난 뒤 작품이 전혀 다르게 보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또한 작품을 특정 방향으로만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특정 이미지를 특정한 방식으로 봐야 한다는 해설. 그것은 이미지의 모호성에 글을 통한 명확성을 부여하는 통치의 과정이다. 존 버거는 이러한 과정을 '신비화'라 일컫는다.
'신비화'는 대개, 핵심을 흐려놓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신비화는 어떤 어휘들을 사용했느냐 하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조금만 달리 보면 너무나 명백한 것을 쓸데없이 엉뚱한 설명으로 핵심을 흐려 놓는 데서 신비화는 비롯된다.' p. 20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3 이미지는 특권을 지닌 소수의 상징물이자 통치의 수단이었다. 중세 지도자들이 성인들을 계속해서 그려냈던 이유와 근대의 지주들이 자신들의 광활한 대지가 원경에 그려진 초상화들을 주문해 전시한 이유는 동일하다. 존 버거는 '지배계급은 역할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역사를 새로 만들어 내려한다'고 말한다.
과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다. '과거란 나중에 새롭게 발견됨으로써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존 버거의 말이다. 역사는 항상 현재와 과거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며, 권력자는 과거를 신비화하고, 그렇게 현대-현재의 통치를 이어간다.
4 현대에는 '권위'의 자리에 '이미지(이미지는 문장의 시각화다'가 들어섰다. 이제, 한가지 자명한 물음을 마주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는가? 우리는 이제, 그러한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사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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