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도 아름다운 ⏐ 일상 에세이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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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가끔, 아니 자주 글자가 살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갈하게 쓰이고 있는 글자들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닌, 그것들이 조합되어 만들어내는 단어와 이어 만들어 내려는 문장이 살아있는 것 같다고 느끼곤 한다. 살아있는 문장들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시간의 순서를 흩뜨린다. 간밤. 새벽. 세시. 어떠한 이유에서 잠에서 깼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뒤척이다 프루스트 를 읽다가 한강 을 읽었다. 그들이 건네는 새로운 시간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은 엎드려 책을 보고 있는 방 안의 나를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데려갔다. 몇 년 전 나는 뉴질랜드의 깊은 산속, 한 헛(hut)에서 홀로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다. 강물에 젖은 신발을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