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집무실 레터

    [집무실 레터 ⑩]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나요?

    오늘날 우리가 정말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답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인 거 같아요. 철학적이기도 한 이 말은 거의 모든 젊은 사람들에게 시대의 정언처럼 작용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이 말을 믿으며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정말 우리 안에 답이 있을까요?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 무언가를 들을 수 있을까요? 한 때는 모두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절대로 둥근 지구를 생각하지 못했고, 또 그러한 현상을 인식하지도 못했어요. 자기 안에 있는 너무도 확고한 신념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걱정했어요. 바다 멀리 나아가면 어느 순간 바다가 뚝 끊겨서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될 것..


    [집무실 레터 ⑨] 나만의 러닝 페이스 찾기

    요즘 러닝을 하고 있어요. 상수 나들목에서 마포대교까지 이어지는 한강을 따라 3킬로미터를 뛰어요. 한두 번 뛰다 보니 벌써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러한 반복에 애써 실망하지 않으려 해요. 솔직히 말해 같은 풍경은 지루해요. 그런데 저는 풍경을 보러 나온 것이 아니라 러닝을 하러 나간 것이거든요. 달릴 때의 숨가쁨과 달리고 난 다음 주어지는 상쾌함과 명료함이 좋아서 말이죠. 보이는 풍경보다는 달리는 몸에 집중할 때 달리는 일이 새롭게 느껴져요. 현재 제 러닝 페이스는 5’50”에요. 초반엔 조금 빠르게 뛰지만 돌아올 무렵에는 체력이 떨어져서 천천히 뛰어서 나온 평균치예요. 체력이 된다면 조금 더 열심히 뛰면 되고, 힘에 부친다면 페이스를 낮춰서 천천히 뛰면 되더라고요. 중요한 건 제 나름의 페이스..


    [집무실 레터 ⑧] 나만의 작업실 공간

    발리에서 돌아오며 세웠던 계획은 평범한 원룸을 하나 얻고 공유 오피스에 다니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다가 제대로된 공간을 구해 임대업을 해볼까 싶었습니다. 상가를 알아보다가 결국 이곳을 얻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이곳에서 숙식도 해결하는 터라 다른 이와 공유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공간입니다. 스탠딩 모션 데스크도 샀구요. 최근에 개발을 위해 맥북도 새롭게 세팅 했고, 키보드랑 마우스, 헤드폰도 구비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장비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좋은 작업 환경이 가져다 줄 결과에 대한 일종의 투자기도 합니다. 전에 글쓰는 게 꿈이었을 때는 방 안에 테이블 하나와 종이, 연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제 블로그 이름이 원룸테이블입니다), 개발을 하려니..


    [집무실 레터 ⑦] 정체성 갖기

    회사에서 일하기를 그만둔 지 2주가 지났네요. 요즘 루틴 앱을 하나 찾아서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은 아침에 일어나서 명상을 한다는 점이에요. 아직까지는 10분도 가만히 있기가 어렵긴 하지만, 목표한 시간 동안 차분히 제 자신을 돌아보고 났을 때 주어지는 마음가짐은 하루를 보내는 데 있어서 참 소중한 거 같아요. 홀로서기를 할 때는 정체성이 무척 중요한 거 같아요. 번역가면 번역가, 창업가면 창업가, 개발자면 개발자... 물론 이러한 직의 타이틀을 빌려오지 않고 업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도 있죠. 정체성을 가질 때 중요한 건 한계를 정하지 않는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웹 개발자가 되기로 했다면 '나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니까 실제 프로젝트..


    [집무실 레터 ⑥] 루틴 만들기

    인생에도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장애물은 비껴가고 모르는 길들을 능숙히 지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최적의 경로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모두에게 인생은 처음인 법이고 태어나서 죽기까지 모두 새로운 순간들이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우리 삶에는 구글 맵 같은 건 없어요. 불안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처음이니까요. 당연한 거에요. 지난 퇴사 글에서 확신을 갖고 꺾자라고 적었었잖아요. 그런데 확신은 결과의 피드백을 통해 강화될 수 있는 거 같아요. 아무리 나 자신이라도 믿을 구석이 계속해서 조금씩은 있어줘야 하는 거죠. 결심을 했다고 해서 한 번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없다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거에요. 나의 의지만 달라졌을 뿐 내가 속한 모든 상황 그대로니까요. 그래서 조금씩..


    [집무실 레터 ⑤] 퇴사 1일 차

    퇴사 후기 드디어 그만 뒀습니다. 퇴사하고 첫 번째 맞는 아침이네요. 조금 싱숭생숭합니다. 사실 계속 재택근무를 했던터라 큰 감흥은 없으나 기분이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소속감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일까요. 어제 새로운 부서의 매니저와 인사팀과 함께 얘기를 했습니다. 업무 이야기를 마치고 '사실 고민 중이다. 몇 시간만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결국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결정하는 건 아니고 조금 오래 전부터 번역 일을 그만두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요. 매니저가 특히나 아쉬워했는데 사실 저도 아쉬운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그치만 지금이 아니면 결코 그만두지 못할 거 같더라고요. 계획 주변에 일 그만뒀다고 하니 앞으로 뭐 할거냐 많이 묻..


    [집무실 레터 ④] 어쩌면 마지막 기회

    ‘의심하면서 시험 삼아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나, 믿고 단호하게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나, 그 운명은 똑같습니다.’ - 다자이 오사무 부서 이동을 한 번 더 할 거 같아요. 지금 있는 곳은 본사의 자회사였는데 2개월 정도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회의 때 매니저가 갑작스레 ‘몇 분은 부서 이동을 해야하고, 몇 분은 안타깝지만 더는 함께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새롭게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이곳은 최근에 팀 빌딩을 시작한 곳이고 몇 가지 시도를 했지만 성과가 그렇게 좋진 않았어요. 전 그 이유가 애초부터 잘못된 사업 모델과 운영 방식에 있다고 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구조 조정을 하더라고요. 매니저는 제게 ‘본사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웃..


    [집무실 레터 ③] 쉽지 않은 프리랜서 임금 협상 방법과 후기

    임금 협상 시도 오늘은 입금 협상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는 번역가로 일을 하고 있는데, 현재 두 업체하고 일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정직원으로 회사에서 테크니컬 번역을 하고 있고, 다른 한 곳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는 곳에서 임금 협상을 시도했어요. 이곳은 제가 첫 번역을 시작하게 된 곳이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정말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 했는데, 지금은 글로벌 대기업이 됐습니다. 불과 4년 만에 엄청나게 큰 성장세를 보여준 기업인데, 솔직히 말해 저는 제가 세운 공 좀 컸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말로 열심히 했거든요. 그치만 그동안 임금 협상을 딱 1번 했는데요. 당시의 요율이 그렇게 나쁘지 않기도 했지만, 또 제가 이렇게 좋은 기업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