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

    "생택쥐페리의 에서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항상 같은 시간에 찾아와달라고 부탁해요. 여우의 방문이 리추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리추얼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시간 안에서 리추얼은 공간 안에서 집에 해당합니다. 리추얼은 시간을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요.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고 시간을 정돈하죠. 그렇게 리추얼은 시간을 유의미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요." 리추얼의 종말 오늘날에는 의미있는 리추얼들이 빠르게 모습을 감추고 있다. 리추얼(의례)은 공동체적 형식의 반복을 의미한다. 리추얼의 사회는 상징적인 행위와 형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형식과 반복이라니? 한병철은 '새로운 삶의 꼴'을 찾아내는 과정을 리추얼을 통해 '공동체적 형식을 반복하는 것'과 연결 짓는다. 무슨 말일까?..


    한병철 <시간의 향기>를 읽고 ∙ 향기는 이야기에 깃든다

    현대인의 밤은 공허하고, 불안하다.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유한성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대체된 오늘날, 현대인들은 속도를 높여 달린다. 가속도가 붙은 삶은 무수한 쾌락을 선사하지만 쾌락은 금세 증발한다. 그렇기에 또 다른 쾌락을 위해서는 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끝은 없고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다. 가능성을 마주하고, 도전하는 삶은 어떠한 방향성과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추앙받는다. 영원히 마무리 되지 않는 가능성, 우주처럼 무한한 그 공백과 허무 속에서 그렇기에 매일의 밤은 초조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병철은 바우만을 통해 말한다. '더 이상 현대에는 산책자도 방랑자도 없다'고. 유유자적함이나 경쾌함이 사라진 곳에는 '조급함, 부산스러움, 불안'이 잡는다고. 오늘날의 '시간은 원자화되고, 평면..


    한병철 <피로 사회> : 너무 긍정적이어서 우울한 현대인을 위한 책

    시대마다 고유한 질병이 있다. 의 첫 문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질병은 무엇일까. 지난 세기는 면역학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병균에 저항하듯 지배자의 명령과 규율로부터 자신을 지켰다. 그렇게 자유와 의미를 추구했다. 그러나 현대는 신경성 질환을 앓는 시대다. 이 시스템에는 지배자가 없다.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 좌절감을 느낄 뿐이다. 이라는 복수형 긍정 문장은 이런 사회를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제 금지, 명령, 법률의 자리에 프로젝트,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이 들어섰다. 규율 사회의 부정성이 광인과 범죄자를 만들어 냈다면, 성과 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낸다. 21세기 사회는 규율 사회에 성과 사회가 되었다. 개인은 더이상 복종의 주체가 아니라, 성과 주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삶을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