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발리 한달 살기] 5. 서른 셋, 생일: 실패와 성장

    무엇을 시작하기란 어렵고, 이를 꾸준히 하는 건 더 어렵다. 이보다 더 어려운 건 실패했지만 다시 시작하고, 이를 꾸준히 반복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일은 넘어지지 않고 일어서 있는 것보다 힘든 법이다. 서른 셋. 발리에서 생일을 맞는다. 평소 생일이라는 날을 크게 게의치 않지만, 축하 인사를 건네준 지인들 덕분에 실감이 났다. 지나간 나의 20대 돌이켜보면 20대 후반의 내 삶은 실패와 거절로 가득했다. 실패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거절이었다. 거절은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더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정확히 3년 전. 서른이 되어 맞는 생일에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나간 20대의 시간들을 조급히 하나의 선으로 이으려 초조해하지 말자. 점들. 조각들. 파편들. 내가 지나..


    서른, 생일 ⏐ 일상 에세이 ⏐ 25

    '휘갈겨 쓴 이 글을 다시 고쳐쓰지는 않으려 한다. 계절처럼 때로는 그저 흘러가야 할 것이므로.'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최선을 다해왔다고 믿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 부끄럽다. 많은 것을 알았다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 생의 비극은 그것이 결국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을 앞두지 않고는 좀처럼 삶을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계절처럼 흘러간다. 내 나이도 이제 꽉찬 서른이 되었다. 나이를 계절에 비유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모든 계절의 소중함은 그것이 소중한 이들과 각기 다른 순간의 결을 빚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니 따스한 봄날이 아니더라도, 선선한 가을 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든 계절에 함께 행복할 수 있다. 그..


    서른, 초조해 하지 말고 다음 물결을 기다리면 된다 ⏐ 일상 에세이 ⏐ 5

    꽤나 울적하고 무기력했던 이십 대 시절이 있었다. 우울과 좌절 속에서 검은 밤 하늘 같은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몸과 마음 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감당해 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보고, 사색을 하며, 글을 쓰며 보냈다. 한 때는 그렇게 지나간 이십대의 시간과 순간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것들을 하나의 점으로, 하나의 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른이 된 나는, 그렇게 서른 하나가 되어 가는 시점의 나는 더는 초조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들이 조각 나 버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각으로 고스란히 내게 남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


    청춘과 꿈, 현실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 김애란 <서른>을 읽고서

    '언니. 가을이 깊네요. 밖을 보니 은행나무 몇 그루가 바람에 후드득 머리채를 털고 있어요. 세상은 앞으로 더 추워지겠죠?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저는 제가 뭔가 창의적이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살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지금 이게 나예요. 그래서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나, 이런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잘 될거야,라는 말과 잘 되지 못하고 속절없이 스쳐지나가 버리는 청춘의 시간들. 그럼에도 청춘의 시기는 아름답고 소중하다, 말하기에 오늘날 청춘은 꿈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결국 쓰러져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할 때가 많다. 많은 경우 무기력은 좌절에서 온다. 그런데 좌절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