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 달 살기

    [발리 한달 살기] 5. 서른 셋, 생일: 실패와 성장

    무엇을 시작하기란 어렵고, 이를 꾸준히 하는 건 더 어렵다. 이보다 더 어려운 건 실패했지만 다시 시작하고, 이를 꾸준히 반복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일은 넘어지지 않고 일어서 있는 것보다 힘든 법이다. 서른 셋. 발리에서 생일을 맞는다. 평소 생일이라는 날을 크게 게의치 않지만, 축하 인사를 건네준 지인들 덕분에 실감이 났다. 지나간 나의 20대 돌이켜보면 20대 후반의 내 삶은 실패와 거절로 가득했다. 실패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거절이었다. 거절은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더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정확히 3년 전. 서른이 되어 맞는 생일에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나간 20대의 시간들을 조급히 하나의 선으로 이으려 초조해하지 말자. 점들. 조각들. 파편들. 내가 지나..


    [발리 한달 살기] 1. 발리행 티켓: 다시 시작할 용기

    우리의 마음엔 품을 수 있는 너비만큼의 바다가 있다. 발리에 도착한 둘째 날에야 비치에 왔다. 일몰이 멋지다는 스미냑 비치였다. 첫째 날에는 바깥에 나가보지 못했는데, 비행 여정이 너무 힘들기도 했거니와 높이가 잘 맞지 않는 의자와 책상에 앉아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구석의 테이블 앞에 앉아 일을 발리에 왔는데 아직도 바다를 못봤다니! 탄식하며, 어서 바다를 보러 가야해. 어서.라고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그러며 일을 하는 틈틈이 비치의 위치와 근처 레스토랑, 일몰 시간들을 검색해두었다. 일을 마치고는 바로 고젝 바이크를 타고 스미냑 비치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한 눈에 담기지 않는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해질 무렵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예상 밖 풍경이 두 눈에 가득 ..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발리 재택 근무 후기 👨‍💻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생각 디지털 노마드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표현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노트북 하나를 들고 인터넷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머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거 같던데, 어딘가 일과 놀이의 비율이 2:8 정도는 되는 것으로 통용되는 거 같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8:2 정도여서, ‘노마드'라는 유유자적하는 이미지를 소화해내기에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나는 나 스스로를 그냥 재택 근무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발리로 떠나온 이유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내가 발리에 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서울 월세 살이 때문이었다. 이사를 가야 했는데, 같은 가격이라면 더 나은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말에 디지털 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