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김초엽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읽고: 우리는 왜 이 지구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여기 지구 밖 한 마을이 있다. 유토피아라 불릴만한 이상적인 공간에는 차별과 배제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생에 한 번 '지구'로 순례를 떠난다.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무엇보다도 다툼과 분쟁이 발생하는 지구로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러한 지구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안정과 평화를 버리고, 혼란과 고통을 택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개조의 욕망 소설의 화자 데이지가 사는 마을은 한 바이오해커 릴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얼굴에 있는 흉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경험하며 자랐던 그녀는 '흠이 없고 완벽한, 개조 인간'을 만드는 해커로 활동했다. 이로써 릴리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렇게 세상에는 '신인류'로 가득한 새로운 구획이 형성되었고, '개조되지 못한 이'들은 주변..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무한한 우주와 적막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하여

    김초엽 은 우주 정거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170세 노인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우주선을 둘러싼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개발했던 연구자였다. 워프 버블을 이용한 항법은 빛보다 빠르게 다른 은하에 도달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연구는 성공적이었고,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전에는 갈 수 없었던 새로운 행성계로 이주해갔다. 거기엔 안나의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나는 연구를 마치고 가족과 합류하려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술인 웜홀 항법이 도입된 터였다. 문제는 웜홀 항법을 통해서는 가족들이 옮겨간 슬렌포니아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웜홀 항법은 워프 항법과는 다르게 우주에서 정해진 통로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방법이었는데, 슬렌포니아로 가는 웜홀은 없었기 때문이다. 비용과 효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