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무의미하다고 말할 때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무엇보다도 컸다. 그리고 결과는 성에 차지 않을지언정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얻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 깨달음은 우리가 일을 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줬다.
기록의 시작은 엉성할수록 좋다. 기록이 쌓인 후 만들어진 것과 비교했을 때의 낙차로 결과물은 더 빛난다. 부디 가벼움을 잃지 말고, 부담은 가능한 내려두길. 다만 지치지 않고 기록으로부터 기록으로 나아가보길 바란다.
퇴사를 하고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우리다운 일을 찾아가는 여정이 우리 브랜드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 주었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노동자, '프리워커스'라는 콘셉트를 만들었고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일'이라는 뜻의 브랜드명 모배러웍스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의류 전문 브랜드는 아니지만 매 시즌 '포스터로서의 티셔츠'를 만들고 메시지를 담는다.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꼭 티셔츠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맥주를 만들거나 가구를 만들고, 뜬금없이 누룽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혹자는 모배러웍스가 대체 뭐 하는 브랜드인지 묻고 한다. 메시지를 파는 브랜드라고 하면 눈이 더 동그래지긴 하지만 다른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모배러웍스는 메시지를 판다.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일을 꾸미면서 우리는 '무슨 일을 할 것인지'보다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무슨 일을 하는지에 주로 몰두했다. 이 일을 하면 인정을 받아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겠고, 이런 일을 했다는 경력이 있으니 나중에 다른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겠고...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나와보니 이런 것들은 그저 경력 몇 줄로만 남을 뿐이었다. 정작 내 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건 그동안 일에 대해 쌓아온 가치관이었다.
중요한 기준은 '각자가 고유의 개성을 뿜어낼 것', 동시에 '전체의 밸런스를 이룰 것'. 이 기준에만 부합한다면 어떤 역할을 하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나의 목표로 함께 힘을 합쳐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개성을 발휘하되, 전체의 맥락을 살피기 위해 노력한다. 이게 우리가 '그룹사운드처럼 일하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을 실험한다는 건 들려도 되고 실패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의심하고 질문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우리다운 방식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는 일이다.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물음표를 붙여보자. 당장 대답할 수 없는 물음도 있을테고 더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물음도 있겠지만 괜찮다. 그 물음들에 정답이란 없다. 부딪혀 보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다. 부딪히며 깨지기도 하겠지만 실험의 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실험을 살펴본 사람들이 자기만의 실험을 시작하고, 자기다운 방식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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