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어딜 가나 돈 얘기 뿐인 이 세상에서 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쏟아지는 시대에서 '돈의 심리학'을 살펴보는 일. 허허. 그러나 모건 하우절이 쓴 돈의 심리학은 사실 돈에게 있을리 없는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에 관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투기와 거품, 호황이라는 짧고도 다이나믹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 이러한 시대에 부자가 되는 일은 사실은 조금 부끄러운 일이다만, 이를 조금 더 세분화하여 1)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일과 2) 돈을 벌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잘 구분할 수 있다면야.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잊지 않는다면야.
인상 깊었던 구절은 '당신이 페라리를 탈 때, 사람들은 운전자가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페라리의 멋진 로고와 매끈한 차량 외부를 보며, 그 안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볼 뿐이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 페라리를 타면 어떨까 싶은 미래의 자신인 것이다.'와 같은 구절이었다. 사치와 과시. 그것은 결국 마음의 빈곤함과 사랑의 결핍을 드러내보일 뿐이라는 것.
그런데 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까? 글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풍족한 돈이 있다면야, 매일 아침 일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한 부유함 정도만 된다면야. 그 이상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돈이 너무 없으면 제약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돈이 너무 많아도 유혹에 휩쓸리기 쉬워지기 마련이다.
헤겔이었던가. 주인과 노예에 관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노예는 주인의 지배 아래에 있다. 그러나 주인은 노예의 노동을 필요로 하고, 따라서 노예에 종속된다. 노예가 없다면 주인은 노동을 할 수가 없다. 주인이 노예를 필요로 하면 할 수록, 주인은 노예가 되고 만다.' 우리가 돈에 갖는 태도와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본다. 돈에 대한 의존성과 집착이 어느 임계점을 넘는다면, 결국 주인-노예의 관계처럼 역전되기 마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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