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에게는 생존, 안전, 소속, 존경, 자아 실현이라는 다섯 단계의 욕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리랜서인 나는 뭐랄까. 마치 중간의 욕구 충족들은 건너뛰고 생리적, 자아 실현의 욕구만이 충족되어 있는 느낌이다. 오늘은 프리랜서로서의 고충과 단점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앞서 말했듯, 프리랜서의 고충과 단점은 앞서 말한 안전, 소속, 존경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1. 고용 불안정성과 2. 조직의 부재 3. 성장 경험의 부재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고용 불안정성
사실 요즘에서야 돈 잘 버는 프리랜서들이 몇 생겨나며 프리랜서를 지향(?)하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프리랜서는 비정규직 무계약 노동자와 같은 말이기도 했다.
프리랜서의 고충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시간과 장소를 융통성 있게 조율할 수 있다는 커다란 메리트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정해진 시간과 장소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프리랜서의 자유로움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유의 한 축이 그렇듯, 불안정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언제 계약, 아니 정확하게는 일감이 끊기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프리랜서에게는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발적인 프리랜서는 많지 않고, 어쩌다보니 프리랜서가 되는 이들이 많은 것은?
프리랜서로 살아가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에야 어찌어찌 먹고 살아가긴 하는데, 40살이 되어서도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글쎄. 요즘 같은 때에 괜히 너무 먼 미래를 터무니 없이 고민하는 것일까?)
프리랜서란 결국 고용 관계가 보장되지 않는 노동 환경 속에서 일을 하며, 고용 보험이나 연금 등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 지대에 머물게 된다. 무엇보다도 프리랜서는 향후 쌍방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불시에 종료되었을 때도 어떠한 권리나 혜택을 주장할 수 없다.
2. 조직의 부재
프리랜서의 또 다른 고충은 혼자라는 것이다. 번역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는 늘 혼자 일한다. 불필요한 업무 외 지시나 사내 정치 같은 것을 전혀 경험하지 않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조직 생활이 부럽기도 하다.
이곳 프리랜서 세계에서는 모두가 각자도생한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카약 하나를 갖고 경쟁적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프리랜서가 혼자라는 사실은 단지 감정적으로 외롭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집단이 가질 수 있는 방향성과 소속감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커리어의 방향성과 그로 인한 안전성, 이를 통한 삶의 방향성과 그로 인한 일정 정도의 안전성이라는 프레임을 프리랜서는 홀로 구축해 가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때로는 혼자가 좋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멀리, 길게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 법이다. 그렇지 못한 프리랜서는 대부분 금방 지치고, 금방 뒤쳐지기 마련이다.
3. 성장 경험의 부재
프리랜서는 자칫 고인물이 되기 쉬운 포지션이다. 클라이언트가 던져주는 일은 어찌어찌 해낼 수 있는 실력까지 성장해갈 수는 있지만, 자신의 능력보다 살짝 어려운 일에 감히 도전하거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일을 프리랜서는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 즉, 어찌보면 실력은 연차가 쌓여도 제자리가 될 수 있고, 그렇게 성장 경험이 부재한 채 서서히 도태될 수 있다.
이상을 정리해보자면, 프리랜서는 크게 1. 고용 불안정성 2. 조직의 부재 3. 성장 경험의 부재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고 (성공한 프리랜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은 프리랜서가 될 수는 없을까?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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