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온 지도 벌써 3주 차에 접어든다. 꾸따에서 1주일, 우붓에서 1주일 그리고 길리에서 4일. 그리고 이제 다시 꾸따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1주일 정도를 발리에서 머문 다음 떠날 거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론가 가겠지.
우붓에서 길리로 들어올 때는 에카자야 페리를 탔다. 이지길리에서 예약했는데 픽업까지 포함하여 편도 비용 430K를 지불했다. 돌아가는 배편은 매번 맥주를 마시러 가던 비치에서 인사를 나누던 투어 오피스의 한 청년으로부터 구했는데, 처음에는 200K 요금의 작은 패스트보트를 추천해 줬다. 배 멀미를 가끔 하는 터라 더 큰 배인 에카자야는 없냐고 했더니, 그 사이에 있는 골든 퀸이라는 페리를 추천해 줬다. 300K를 달라고 했다. 나중에 지나가면서 보니 250K에 해준다는 곳이 정말 많았지만, 그냥 그 친구에게 맥주 한 잔 사줬거니 하기로 했다.
길리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많이 탔다. 빈땅은 하루에 한 잔씩 마신 거 같고. 매일 바다에 들어가 스노클링을 했다. 수많은 물고기들을 보았고, 나홀로 깊은 바다를 헤엄치는 거북이도 보았다. 난생처음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보기도 했다. 물에 과연 뜰까 했던 목숨을 건(?) 뛰어듦이 이제는 물을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주었다. 4년 전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두려움을 극복해보기로 했던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지 싶다.
길리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차와 바이크가 없는 곳에서는 그에 걸맞게 시간 또한 느려지리라 생각했는데, 붐비는 관광객들과 더불어 빠르게 달리는 (전기)자전거, 그리고 맑은 바다와 푸른 하늘 아래에서 순식간에 세 밤이 지났다.
마지막 여정지인 꾸따에 가기 전에 먼저 우붓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붓에서 묵었던 에어비엔비 숙소 앞에 바이크를 두고 왔기 때문이다. 아직 제자리에 잘 있겠지? 잠시 뒤 길리를 떠나는 배를 타고 빠당바이 항구로 가서 우붓으로 가는 택시를 탈 예정이다. 11시 배니까 2시쯤 빠당바이에 도착할 것이고, 빠당바이에서 우붓까지 다시 1시간 30분. 넉넉잡아 4시쯤에는 우붓에서 출발해서 6시 무렵에는 꾸따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크 운전을 해야 하는데 부디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홍콩에 사시는 VC업계 H님. 호주의 금융 업계에서 일하시는 J님. 캐나다의 호텔 매니저인 C님. 요가 강사를 하시는 A님. 크로스핏 강사인 J님.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C 친구님.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매일 웃으며 안부를 물어주던 호텔 리셉셔니스트. 혼신을 다해 사진을 찍어주던 투어 회사 직원들. 깜깜한 저녁에 자전거를 타고 길을 헤매고 있자 이쪽이라며 다짜고짜 소리치시던 아저씨. 그리고 비록 서비스였을지언정 진심을 다해 시간을 할애해 준 사람들. 이것이 내가 발리에 오고 싶었던 이유였고, 또다시 한번 발리에 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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